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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代 절친이 의기투합해 만든 새내기 벤처 하플사이언스.
혈중 단백질 하플 기반
골관절염 치료제 등 개발
하플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학배 최고경영자(CEO·왼쪽)와 김대경 최고과학책임자(CSO)가 경기 성남 판교 본사에서 신약 개발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신체 조직의 노화는 기능 감소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사람 몸속에 있는 노화 관련 단백질인 하플(HAPLN1)을 활용하면 항노화 작용으로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최학배 하플사이언스 대표는 “항노화 요법 개발로 노인의 행복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성남시 판교에 문을 연 이 회사는 노화와 관련한 질병 치료에 도전하는 바이오벤처다. 서울대 약대 76학번 동기인 최 대표와 김대경 대표(최고과학책임자·CSO)가 의기투합해 창업한 이 회사는 1년도 되지 않아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항노화 단백질에서 가능성 발견
중앙대 약대 교수인 김 대표는 그동안 노인성 질환의 단서를 찾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은퇴하기 전에 세상에 도움이 될 물질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연구 속도를 높였다. 그는 6년 전 두 개체를 수술로 연결시켜 수개월간 피를 공유하는 파라바이오시스라는 실험 기법에서 희망을 봤다. 늙은 쥐와 젊은 쥐가 혈액을 공유하자 늙은 쥐의 피부 상태가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혈액 속 1300여 개 단백질 중 어떤 물질이 노화 역전 현상을 일으키는지 조사했다. 하플이라는 단백질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하플은 세포외기질의 구성 성분인 히알루론산과 아그리칸을 연결해 세포 표면 장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내 하플 농도가 줄어들어 피부 조직이 힘을 잃는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원리를 발견한 뒤 노화된 피부를 재생하는 약물로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골관절염과 탈모로 적응증을 넓혔고 관련 특허도 등록했다”고 말했다.
하플이 가진 장점은 조직 재생뿐만 아니라 안전성이다. 쥐는 물론 사람에게도 존재하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일정 용량이 유지되게 하면 효능을 낼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조직 재생을 통해 노화 관련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시도”라며 “하플을 활용한 플랫폼 기술은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구이자 동업자끼리 분업체계 확립
최 대표는 JW중외제약과 일본 주가이제약이 합작한 C&C연구소 대표와 한국콜마 대표를 지냈다. 신약 개발이라는 성과를 내고 싶은 욕구가 생겨 60대에 늦깎이 창업을 결심했다. 우연한 기회에 김 대표의 연구 분야를 알게 된 최 대표는 하플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김 대표에게 합류를 권유했다.
최 대표는 “김 대표의 연구 성과를 살펴 보니 이제 회사를 세워 상업적 개발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수십 년간 각자 쌓은 경험을 살려 회사 경영과 신약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40년지기 친구인 데다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으니 분업 체계가 잘 이뤄져 있다”고 했다.
하플사이언스는 골관절염 치료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HS-101의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에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차례로 탈모와 피부재생 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최 대표는 “새롭고 분명한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은 사람 대상 임상 전에도 기술 이전이 잘된다”며 “임상 진행과 더불어 기술 이전 협상도 활발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